年支의 천문학적 근거
-壬午년은 왜 壬午년인가?
서소옥 고려기문학회 회원,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동양철학과 재학중.
차 례
I. 문제제기
II. 서론
III. 본론
1. 사주팔자의 의미
2. 동양의 역법과 천문
3. 고대역법에서 연월일시의 기준
(1) 월의 기준: 북두칠성
(2) 일, 시의 기준: 태양
(3) 년의 기준: 목성
4. 세성과 태세
5. 최근 몇 년간의 목성의 위치
(1) 1998년
(2) 1999년
(3) 2000년
(4) 2001년
(5) 2002년
IV. 결론
요 약
본 연구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년도의 干支에 대한 기원과 천문학적 근거를 알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년도의 地支 중심으로 살펴보게 되며, 먼저 한서 율력지, 한서 천문지 등 고대동양역법에 나타난 年의 성립기준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年의 성립은 ‘목성’을 기준으로 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고대동양역법에서 성립되어 적용되어온 목성을 기준으로 한 年支’와 현대에도 사용하고 있는 만세력상의 年支, 그리고 현재(1998년~2002년) 목성의 실제위치를 비교해보았다. 이를 통해 고대역법에서 시작된 年支성립의 규칙이 현대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이는 명리학에서 四柱가 천문학적으로 충분히 근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I. 문제 제기
사주명리학 등 역학 술수면에서 이용하고 있는 四柱八字는 여덟 개의 글자 각각에 오행과 육신, 신살 등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여 인간의 명을 추론하는 도구로서의 기호이다. 그러나 이 사주팔자는 알고보면, 한 개인이 출생할 당시의 년도와 월, 일, 시간을 육십갑자로 표기한 시간정보이다.
사주팔자가 육십갑자로 표기된 한사람의 생년월일시이고, 여기에는 그 사람이 태어난 시점의 우주(해, 달, 기타 행성, 별들)의 시․공간적인 정보가 함께 들어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그 사람의 살아가는 기운에 작용한다는 것이 역학의 기본전제이다. 그런데도 연월일시가 어떤 행성을 기준으로 하는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나 구체적인 논의는 미비한 편이다. “매일의 간지는 황제가 개국한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부터 60갑자의 순서대로 배정하여 오늘까지 이어져 내려왔다고 한다.” -김광일․박영창,『한권으로 완성하는 사주학』, 책만드는집, 2000, p.107.
본 연구에서는 년도의 干支성립의 기원을 찾아보는 것에 목적을 두고, 그 중 년도의 地支성립을 중심으로, 고대 천문학에서 성립 근거를 살펴보고, 그것을 다시 현대의 별자리 정보를 통해 확인해 보았다.
II. 동양의 역법과 천문
고대에도 정확한 천문관측자료를 통해 역(曆)이 만들어졌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주기 및 달의 지구에 대한 공전주기의 관측자료를 통해서 각각 태양력과 태음력이 만들어지는데,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음력은 태음태양력으로 달의 삭망주기에 충실하면서 윤달을 두어 태양력에서의 정확한 계절에 맞추도록 했다. 이은성, ꡔ역법의 원리분석ꡕ.
북두칠성의 두수(斗宿 : 破軍星이라고도 한다.)의 가리키는 방향을 봐서 24절기의 시기와 때를 그리고 지상에서의 방위를 알 수 있었고, 28수 등 하늘의 별자리들 사이의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가지고 지상의 각 나라들 사이의 관계과 별자리에 관계되는 정부조직의 변동 등을 예측할 수 있었다. 정도명 역해, ꡔ천문류초ꡕ, 한림미디어, 1997.
천문현상에 대한 관측과 예측과 활용은 계속해서 축적과 발전이 이루어져 종합적인 경험과학이 되어 왔던 것이다. 역서에 있어서 1년의 길이, 윤달과 윤일의 배치, 4계절과 24절기 그리고 기타 잡절(雜節)에 대한 배치, 매일의 해와 달과 기타 별들의 출몰 시간에 대한 판단은 매우 과학적인 것이었다. 이를 통해 농사 시기의 결정 등 실생활에 중요하게 쓰였을 뿐아니라, 별자리의 운행의 관찰을 통한 지상에서의 방위의 배치와 사람의 운명을 판단하는 기문·육임·자미두수·일반명리·풍수 등에 적용되게 된다.
1. 고대 역법에서 연월일시의 기준
(1) 월의 결정 기준 : 북두칠성
북두성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월이 정해진다. 새벽에는 두 번째 별에서 첫번째 별쪽으로 가리키는 방향이 해당 월이고, 한밤중에는 세 번째 별에서 네 번째 별쪽으로 가리키는 방향이 해당 월이며, 해질 무렵에는 여섯 번째 별에서 일곱 번째 별쪽으로 가리키는 방향이 해당 월이다. 예를 들어 해질무렵에 여섯 번째 별에서 일곱 번째 별쪽으로 가리킨 방향이 인(寅)방향이라면, 그 달은 인월(寅月 : 정월)이 된다. 또 축(丑)방향을 가리키면, 그 달은 축월(丑月 : 2월)이 된다.
(2) 日과 時의 결정 기준 : 태양
천구상의 한 점이 남중(南中)한 후, 다음에 또 남중할 때까지의 시간의 길이를 1일이라고 말한다. 이 한점을 태양이나 춘분점으로 잡으면 각각 1태양일과 1항성일이 얻어지고, 태음(太陰)으로 잡으면 1태음일이 얻어진다.
1평균태양일 = 24평균태양시 = 24시 3분 56,6초(항성시) 같은 책.
하루의 시간을 12등분하여 12지지(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를 붙여 시간으로 사용하였다.
(3) 年의 결정 기준 : 목성
목성을 동양에서는 세성(歲星)이라고 불렀는데, 목성의 공전궤도를 12등분하여 놓고, 목성의 위치에 따라 해[年]의 이름을 바꾸어 불렀다. 이를 세성기년법(歲星紀年法)이라 하였다. …… 태양으로부터 평균거리는 5.20AU로 7억 7833만km이고, 궤도의 이심률 0.0483이며, …… 공전주기는 11.862년, 회합주기 398.88일이다. ꡔ두산세계대백과ꡕ, 목성 편.
서양에서는 태양이 움직이는 궤도를 따라서 나누어진 황도 12궁이 있다. 그와 비슷하게 동양에서는 12차와 28수를 들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12차와 28수는 황도가 아니라 적도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12차는 항성주기가 11.9년인 목성의 위치를 나타내고 있다. 목성이 매년 1차씩 서에서 동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1년이 12개월로 나뉘어져 있으므로 12차는 각각 해당하는 달의 특성을 따서 이름지은 것이 많다. 28수는 황도 12궁처럼 유명한 성좌로 이루어져 있다. 28수는 공전주기가 27.3일인 달과 관계가 있다. 달은 하루에 1수씩 움직이고 월초에 달이 태양보다 2수 동쪽에 있으므로 태음태양력에서 계절을 알기 위해 사용되었다.
2. 세성과 태세
적도12차는, 천구의 적도를 약 30도씩 12등분한 것으로, 12차는 목성의 위치 이동을 나타내기 위해 쓰였던 것이며, 그 순서도 서에서 동으로 향해 거의 목성의 순행과 일치한다. 매년의 목성의 위치는 황도상의 1차씩을 운행하여 12년 걸려서 12차 즉 황도상을 1주한다. 이를 歲次紀年法이라 한다. 김일권, ꡔ동양의 천문사상과 우주론ꡕ, 2002.
그러나 지상에서의 시간적인 흐름은 동에서 서로 향하므로, 목성의 위치 변화와 대응하는 가상적인 12支宮을 설정하게 되고, 이를 太歲라고 이름붙이게 된다. 이 태세를 60갑자에 적용하여, 년도의 天干과 地支가 나오게 된 것이다. 천간의 경우 특정한 별의 위치정보를 담지 않은 임의적인 부여로 보여지며 문헌기록에 근거하지 않은 글쓴이의 견해임.
<참고> 甲子의 시작 :
-한무제 태초 원년(B.C.104년) 11월 朔望 冬至日의 日辰을 甲子로 한다(태초력(三統曆))
-해(동지)와 달(삭망)의 두 기점에다 60갑자의 주기까지 일치시키는 주기를 1元으로 하여 상원,중원,하원 설정.
-최초 上元甲子年을 약4500년전인 황제 때의 갑자년으로 설정
-우리나라에서는 세종26년(A.D.1444)을 상원갑자년으로 설정.
, 지지는 목성의 위치정보를 나타내는 太歲에 해당한다.
12차는 목성의 순행 방향이며, 12궁은 이에 해당하는 지지와 별자리 명칭이다. 같은 자리에 있는 별들을, 동양에서는 다시 28수로 나누었다. 목성이 12차중 한 궁에 있을 때 이를 다시 태세로 환산하여 年의 이름으로 사용하게 된다.
목성이 12차 중 강루에 위치해 있을때에는 그에 해당하는 태세가 卯이므로, 그 해는 卯年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2002년은 壬午년이므로, 태세가 午라는 뜻이고, 태세 午에 해당하는 세성의 위치를 위의 표에서 찾아보면, 12차 중 순수, 12궁 중 未(게자리)에 해당한다. 같은 방식으로, 2001년은 辛巳년이므로, 태세는 巳이고, 이 해의 목성의 위치는 申궁, 쌍둥이자리이어야 한다.
(1) 1998년, 戊寅년
1998년 목성의 위치는 물고기자리(서양별자리)에 위치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목성은 물고기자리 끝부분, 물병자리 근처에 위치해 있다. 이 부분은 동양별자리로 보면 벽수, 실수 사이가 된다. <표 3>에서 보면, 벽,실수는 12차 중 취자에 해당하고, 세성은 12지궁으로 亥에 해당하고, 태세는 寅이 된다. 1998년은 戊寅년이었으므로, 년지 寅과 태세가 일치한다.
(2) 1999년, 己卯년
1999년 목성의 위치는, 1998년에 비해 물고기자리방향으로 많이 진행하여 물고기자리 끝부분, 양자리 가까이에 위치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 28수는, 규수, 루수 이다. 12차로는 강루에 해당하고, 12지궁으로는 戌, 해당하는 태세는 卯이다.<표 3> 1999년 기묘년의 년지 卯와 태세 卯가 일치한다.
(3) 2000년, 庚辰년
목성이 1998년 물병자리 근처에서, 1999년 물고기자리를 지나 양자리 방향으로 진행해 온 것을 볼 수 있었다. 2000년은 양자리를 지나 황소자리에 근접했을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28수는 1999년의 위치였던 규, 루수에 이어 위수, 묘수에 해당하고 세성은 酉에, 태세는 辰에 해당하게 된다.<표 3>
2000년의 년지 辰과 태세 辰이 일치한다.
(4) 2001년, 辛巳년
2001년에는 목성이 황소자리에 위치해 있는 것을 아래 그림을 통해 볼 수 있다. 황소자리의 가운데 부분, 오리온자리의 위쪽에 위치해 있다. 이 부분을 28수중에서 찾아보면, 필수와 자수,삼수 사이가 된다. <표 3>에서 이에 해당하는 세성과 태세를 찾으면, 세성이 申, 태세가 巳이다. 2001년 년지와 태세가 일치한다.
(5) 2002년, 壬午년
2002년의 목성의 위치는 황소자리를 벗어나 쌍둥이 자리에 근접해 있다. 28수 중에서는 정수에 해당한다. <표 3>에서 28수 중 정수에 해당하는 12차는 순수이며, 세성의 12지궁은 未에 해당한다. 이를 다시 태세로 변환하면, 午가 된다. 임오년의 년지 午와 일치함을 볼 수 있다.
III. 결론
본 연구에서는 年支의 천문학적 근거를 찾아보고자, 고대 중국 역법에서 그 근거를 찾아보았고, 고대 중국 역법에서 시작한 역법의 체계가 현대에도 맞아떨어질 것인가에 대한 확인을 시도해보았다.
이 글에서는 아주 단편적인 방법으로, 최근의 목성의 위치를 확인해 보고, 고대 역법체계에서 이어져온 육십갑자로 표기된 년의 간지가 그대로 목성의 위치정보를 포함하고 있는지를 확인해보았다.
먼저, 고대 중국 역법에서 목성을 년의 기준으로 하여 만든 12차와 동양의 별자리인 28수, 그리고 목성의 위치와 대비하여 만든 ‘태세’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이후 실제 목성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하여 최근 몇 년동안의 별자리 그림을 살펴보았다. 서양별자리위에 표시된 목성의 위치를 확인하고, 이 위치가 동양의 28수로는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그에 해당하는 태세를 확인해 보았다.
고대 역법에서는, 목성이 위치하는 자리와 대응되는 가상의 12支 지점을 ‘太歲’라 하고, 이 태세를 年의 地支로 사용하였는데, 최근 몇 년간의 목성의 위치를 대응시켜 태세를 확인해 본 결과,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육십갑자로 표기된 년도의 地支와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IV. 논 의
본 연구에서는 四柱八字 중 年支의 기원을 고대역법에서 찾아본 결과, 태양와 달을 기준으로 한 월,일,시와 마찬가지로 年도 ‘목성’이라는 행성을 기준으로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명리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른바 ‘만세력’에 기재되어있는 연월일시의 또다른 이름인 사주팔자가 정확한 천문관측을 통해 계산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규칙이라는 증명일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고대역법에서의 년지구성규칙이 현대에도 그대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고자, 실제 목성의 위치를 살펴보고, 현재 쓰고 있는 年支와 비교해보았다. 이를 통해 정확한 천체 관측을 통해 고대역법이 형성되었으며, 이 고대역법 규칙이 현대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아직도 명리학이 학문으로 인정받기 보다는, 미신으로 치부되거나 비논리적이고 근거없는 술수로 오해되고 있음을 감안해 볼 때 의미있는 연구결과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최근 몇 년간의 목성의 위치만을 확인했을 뿐이므로 만세력에 기재된 모든 年支에 대한 검증이라 보기 어려운 제한점이 있다. 특히 曆法을 국가통치의 기반으로 삼았던 고대중국, 그리고 우리나라(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역법을 수정한 사례가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도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年支의 오행 배당에 관한 연구도 필요하다. 명리학에서는 사주팔자 모두에 오행을 배속하고 있는데, 月이나 時에 경우 계절이나 태양의 위치등을 통해 그 해당오행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年支의 경우, 그 기준이 되고 있는 ‘목성’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오행’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본 연구에서 다루지 못한 年의 天干 문제 뿐 아니라, 월일시 각각의 天干에 관한 이론적 근거와 해석에 관한 연구도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명리학의 숙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