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에서 경우에 따라 물은 양(陽)이고 산은 음(陰)의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물은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산은 그 자체로는 활동성이 없는 속성 때문에 그러하다. 원칙적으로 산이 많을 때는 물이 많아야 하고 산이 적을 때는 물이 적어야 한다. 이왕이면 큰 물과 큰 산이 조화를 이루게 되면 금상첨화다. 이중환의 택리지는 우리나라에 중국처럼 천리나 되는 물이 없음을 아쉬워하고 있다. 예로부터 물가에는 큰 부자가 많이 난다고 한다. 강이 넓고 길수록 비례해 그만큼 더 큰 부와 재물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명당이나 혈의 경우에도 물의 흐름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용어도 다양하다. 수구(水口)는 파구(破口) 또는 득파(得破)라 하기도 한다. 득수(得水) 합수(合水) 양파(兩破) 등도 물과 관련되는 말이다. 수구는 명당이나 혈 등 어느 기준 지점에서 보아 물이 흘러 나가는 곳을 말한다. 물이 마지막 보이는 지점이란 점에 특히 의미를 줘 따로 붙여진 말이 파구 또는 득파다. 득수는 혈이나 명당에서 보아 물이 처음 보이기 시작한 위치를 뜻한다. 물을 얻는다는 것이다. 합수는 두개 이상의 물길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이다. 산의 흐름에 의해 물길 두 개가 모아져 하나의 물줄기가 된다는 것은 물 기운이 그만큼 더 강해진다는 뜻이다. 양파는 물이 두쪽으로 갈라지며 분산돼 흐르는 모양이다.
이런 종류의 용어들이 나오게 된 배경은 결국 기(氣)를 모으거나 분산하는 양태의 지형과 밀접한 관련 있다. 명당의 수구는 좁고 흉당은 넓기 마련이다. 수구가 잘 막혀 있어야 장풍으로 모아져 있는 기가 허투루 빠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물은 기를 멈추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구는 물은 흘러 나가도 바람은 잘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물 흐름과 산의 경사가 가는 방향이 서로 교차돼야 한다. 이 경우,수구가 잘 교쇄돼 있다고 본다. 청룡이나 백호 끝자락이 물의 흐름을 차단하는 형태로 잘 감아주는 게 예다. 이게 역수(逆水)다. 그래야 재물 건강 명예 등이 손실되지 않고 좋아진다. 역수의 힘이 클수록 그 수구는 좁은 모양이 된다. 그만큼 더 명당이나 혈의 지기를 온존히 보호하게 된다. 역수의 기운이 과도하게 세지 않는 한,풍수에서 역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반면 수구가 열려 있는 형상이라면 재물 등이 흩어지게 진다. 수구가 넓게 열릴수록 그만큼 더 재물의 피해가 심해진다. 특히 산과 물의 흐름이 아예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진행된다면 이를 '산수동거'(山水同去)라 한다. 재물이 모일 틈조차 없이 그대로 달아나는 형태라고 해석한다. 양파는 양쪽으로 수구가 열린 셈이다. 가족이 뿔뿔이 헤어지거나 재물이 왕창 빠져나간다고 보게 된다.
그래서 수구를 인체의 항문에 비유하기도 한다. 사람이 생존해 있는 동안 항문은 닫혀 있는 듯하면서도 제 기능을 다 한다. 기가 몸안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만약 누구라도 죽으면 바로 항문이 열려버린다. 이때 인체의 기가 바로 빠져나가 버린다는 것이다. 이동걸 논설위원 ldg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