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평진전이 앞뒤 안 가리고 월령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 아니라 년본일주의 삼명학에서 일위주의 자평명리학으로 새롭게 사주보는 법을 창안하신 徐居易선생(號:子平)께서 사주명리학을 새롭게 정립하실 때 입태월을 빼고, 납음오행 즉 인원(人元)을 월령(月令) 즉 월지장간으로 돌려 놓고 보는 법으로 만드셨기 때문에 우리가 일위주의 사주를 본다면 당연히 월령 즉 용신을 중심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이런 기본 원칙도 모르면서 아무나 자기 맘대로 주장한 것을 모두 다 맞다고 한다면 사주명리학은 논리도 원칙도 없는 사꾸라 학문이 되는 것입니다. 심하게는 학문의 범주에 넣을 수도 없는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사주명리학의 유래와 변천과정을 정확히 알고 원칙에 맞는 논리를 펴나가야 학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나 자기 생각대로 지껄인 말들이 원칙이 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저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난강망(=궁통보감)이나 삼명계열로 분류할 수 있는 적천수를 같은 선상에 놓고 똑같이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기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연구가 잘 되어 있는 어느 특정 부분을 선택하여 적당히 가미하는 정도라면 있을 수 있겠지만 자평명리학의 기본 원칙마저 무시한다면 이것은 학문(學文)도 아니고 논리(論理)도 아닌 것입니다.
用神不可損傷 日主最宜健旺 (용신불가손상 일주최의건왕)
용신은 손상됨이 가하지 아니하고, 일주는 건왕함이 가장 마땅하다.
즉, ① ‘용신은 손상이 되면 안 되고’, ② ‘일주는 건왕한 것이 가장 좋다’라는 뜻이 됩니다. 이것은 결국 용신과 일간을 보는 시각을 달리해서 봐야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대 후대에 오면서 이것을 착각한 일부 부류의 술사들이 일주의 건왕 문제에 용신이라는 핵심 기운을 대책없이 갖다 붙여 놓고서는 '억부용신'이니 '인비용신'이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만들어 냈던 것입니다.
가만히 있는 일간을 왜 억(抑)해야 합니까? 인(印)이 너무 많아서 일간을 돕는 세력이 너무 과다하면 재(財)가 있어서 인(印)을 제어함이 마땅하고, 비견 · 겁재(比劫)가 너무 많아서 일간의 기운이 너무 과하게 되면 관살(官殺)이 있어 이(비겁)를 제어함이 마땅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중화(中和)의 원리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원리를 착각하여 일간의 신강 · 신약을 따져 용신을 찾고 정하는 엉터리 술사들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月令者 提綱也 看命先看提綱 方看其餘 (월령자 제강야 간명선간제강 방간기여)
“월령이 제강이니라. 간명을 할 땐 먼저 제강을 살피고, 그 나머지는 방을 살핀다”라고 했습니다. [제강提綱 = 끌 제(提)에 벼리 강(綱)으로 여기서 ‘벼리’라는 뜻은 ‘그물의 코에 걸린 밧줄’을 뜻한다. ‘그물의 코에 걸린 그물을 끌어당기는 것’으로 이 제강(提綱)을 끌어당겨야만 그물에 고기가 걸리게 된다. 그러므로 사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한글에서는 중요한 골자나 줄거리만을 추려서 제시함을 뜻함.]
이 말은 지금과 같은 일위주로 사주를 보는 법을 창시하신 서자평선생의 말씀(계선편繼善篇에 나옴)입니다. 이것을 무시한다면 엉터리나 자기 맘대로 사주를 유린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억부용신이니 하면서 사주의 아무 곳에서나 맘대로 용신을 취하여 쓴다면 자평명리학도 그렇다고 삼명학도 아닌 야매명리학이 되는 것입니다.
癸 癸 丙 癸
丑 巳 辰 卯
85 75 65 55 45 35 25 15 5.8
乙 甲 癸 壬 辛 庚 己 戊 丁丑 子 亥 戌 酉 申 未 午 巳
위와 같은 경우에는 월지장간이 乙목, 癸수, 戊토입니다만 천간에 드러난 것이 없고 월지가 辰토이므로 우선 辰토 즉 정관(正官)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래서 용신을 중심으로 사주의 형태를 규정(=용신격국론用神格局論)지은 『자평진전』의 관점에서 보면 잡기 정관격이 되는 것입니다. 즉 정관이 용신인데, 이것이 辰戌丑未 즉 잡기(雜氣)에 해당이 되기 때문입니다.
용신이 官이면 財가 있는 것이 가장 좋고, 차선으로는 印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 食神이나 傷官을 가장 꺼리고, 殺이 있어 관살혼잡이 되어도 凶하게 되며 중관(中官)이 되어도 문제입니다.
하지만 위의 명조와 같은 경우는 월지가 정관이라고는 하지만 천간에 드러나면(투간透干) 비견 癸수들에 의하여 합거(合去)가 되므로 차라리 드러나지 않고 지지에 있는 것이 더 좋은 경우에 해당이 됩니다. 천간에 드러나는 순간 격이 완전히 깨져버려서 패격(敗格)이 되고 마니까요. 日干 및 年干과 時干의 癸수는 월령에도 통근(通根)하고 있지만 시지의 丑토에도 통근하고 있어 왕(旺)하다고 봐야 합니다.
사정이 이러한대 정관을 가장 빛나게 해 주는 財(丙화)가 뜬금없이 월간에 투간하여 년간과 시간에 있는 비견 癸수들에 의하여 양공(兩攻=양쪽에서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남자였다면 여자와 돈 그리고 부친과 연이 없음) 비록 천간에 투출하여 있는 비견 癸수들이 지지에 내려와서 용신인 정관 辰토를 직접 공격하지는 못하지만 머리를 들 수 없게 하고 있고, 그것뿐만 아니라 정관을 가장 잘 조력해 주는 財를 양공하여 못쓰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주가 이렇게 구성되어 있으면 比肩에 의해 官과 財를 제대로 쓸 수 없는 한마디로 인덕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용신이 正官일 때는 財가 있는 것이 가장 좋고, 그 다음으로는 印이 있는 것이 좋으나 현실적으로는 초년에는 印의 조력을 받고 중년이후부터 財로부터 조력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현실과 비유하면 초년에는 부모님과 학문의 덕을 보고, 중년이후 부터는 부인과 재물의 덕을 보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자칫 초년에 재운으로 흐르다 보면 학문과 모친의 덕을 보기가 어려운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아뭏튼 위의 명조와 같은 경우는 최선의 경우는 아니지만 차선의 운을 달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대운에서 만나는 지지의 申금과 酉금이 되겠는데요. 이러한 기운을 만나면 이론적으로는 지지의 정관 辰토가 印을 만나서 반가울 수는 있지만 申辰반합 그리고 辰酉合금으로 인하여 정관의 기능이 정지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申辰반합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酉금은 巳酉丑合을 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볼 수도 있으나 무조건 한가지로의 방향으로만 사주를 간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일단 하나의 기운이 대운이든 세운이든 들어오면 지지의 모든 기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길중흉들이 많이 나타나게 됩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오늘은 요기까지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