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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통명리학과 맹파명리학의 용신론 검토

일통 2010. 7. 28. 13:01

2. 용신론(用神論)의 의미 검토

 

명리학의 해석에 있어서 원칙과 기준이 되는 것이 용신이며, 용신을 정하지 않고서는 사주를 해석할 수 없다. 청나라 시대에 저술되어 현재까지 그 이론이 가장 많이 응용되는 󰡔적천수천미(滴天髓闡微)󰡕에서는 다음과 같이 용신을 정의하고 있다.

 

“사주 내의 용신은, 처재자록(妻財子祿)과 궁통수요(窮通壽夭)의 모든 것이 용신 한 글자에 의해 정해진다.(命內用神,不特妻財子祿,而窮通壽夭,皆在用神一字定之.)”(任鐵樵, 1999 : 247)

 

명나라 시대에 저술된 명리학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삼명통회(三命通會)』에서는 다음처럼 용신을 설명하고 있다.

 

“하나의 용신을 잡으면 그것이 존장(尊長)이 되고 권신(權神)이 되고 호령(號令)이 되고 본령(本領)이 되고 의탁(倚托)이 된다. 이것은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으로 이것에 의해서 추리해야 한다.(一位用神爲尊長,爲權神,爲號令,爲本領,爲倚托.此非小可,執此推之.)”(萬民英, 2003 : 788)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 명리학자였던 박재완은 󰡔명리요강(命理要綱)󰡕에서 다음과 같이 용신을 논하고 있다.

 

“사주의 원리를 판별하는 일차적 과정은 먼저 용신을 가려내는 일이다. 용신이란 사주팔자 중 나를 위해 제일 귀중한 역할을 하는 간지를 말한다. 그러므로 사주에 있어 용신을 가려내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로서, 용을 그릴 때에 어려운 일이 눈을 그리는 것처럼 용신을 가려내는 일은 명리상 가장 어려운 과제이다.”(朴在玩, 1985 : 81-82)

 

용신은 성격, 직업, 재물, 명예, 권력, 지위, 건강, 질병, 사고, 시험, 승진, 퇴직, 취업, 결혼, 자녀, 애정, 성공, 실패, 이동, 기타 인생사의 여러 가지 길흉 성패의 해석에서 판단의 기준과 근거가 된다. 그러므로 명리학의 연구에서는 용신에 대한 연구가 가장 핵심이 된다. 용신은 만병통치약과 같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으며 용신이 운에서 오면 그 운에는 만사형통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용신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용신이 만사형통의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용신운에 재운은 좋아지지만 건강이 나빠지기도 하고, 용신운에 승진은 했지만 부모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용신이 길흉성패의 대체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사형통을 가져오는 묘약은 아닌 것이다.

인생을 사는 동안에 길흉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현상을 기존의 용신이론으로는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용신운에는 좋은 일이 많을 것이라고 해석할 뿐이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아지고 어떤 점이 나빠지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기존 전통 명리학의 용신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였다. 이 문제에 대해 해답을 주려고 개발된 학설 가운데 가장 체계 정연한 학설이 바로 여씨 명리학이다. 여씨 명리학은 인생의 특정한 시점에서 어떤 측면이 좋아지고 어떤 측면이 나빠지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였다.

 

2.1 전통 명리학의 용신론

 

전통 명리학의 용신 개념은 지금까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사용되어 왔다. 일반적인 용신 개념은 사주에서 필요한 유용지신(有用之神)이라는 뜻의 용신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월령(月令) 용사지신(用事之神)이라는 뜻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박영창의 다른 논문에서 자세히 논해진 바 있다.

용사지신(用事之神)의 뜻으로 용신을 규정하는 입장은 소수설에 불과하지만, 명리학 고전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용신이 월령 용사지신이라는 규정은 󰡔자평진전(子平眞詮)󰡕에서 체계화되었다.

󰡔자평진전󰡕에서는 다음처럼 논하고 있다.

 

“팔자의 용신은 오로지 월령에서 구한다.(八字用神,專求月令.)”(沈孝瞻, 1983 : 83)

 

명리학의 고전 󰡔연해자평(淵海子平)󰡕의 논대운(論大運) 편에서는 다음처럼 논하고 있다.

 

“월에 있는 용신으로 그 격을 안다.(月之用神,則知其格.)”(徐升, 1985 : 제3권 19)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유용지신(有用之神)이 용신이라고 해석하는 학설이 있다. 이것이 사주 명리학에서 대다수 학자들이 채택하고 있는 용신론이고, 명리학 고전에서 더 많은 근거를 가지고 있는 다수설이다.

󰡔연해자평󰡕의 계선편(繼善篇)에서는 용신을 유용지신(有用之神)으로 정의하면서 다음과 같이 논하고 있는데, 󰡔연해자평󰡕에서는 용신을 용사지신의 관점과 유용지신의 관점 두 가지가 혼용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무릇 사주 속의 유용지신(有用之神)은 손해하면 아니 된다.(凡柱中有用之神,不可損害也.)”(徐升, 1985 : 제1권 2)

 

󰡔삼명통회(三命通會)󰡕 부론묘운(附論墓運) 편에서는 다음처럼 용신을 설명하고 있다.

 

“丙申,丙申,丙申,癸巳는 丙은 癸를 정관으로 삼는데 癸 정관이 巳에 임했다.(丙申,丙申,丙申,癸巳,丙以癸為正官,癸官臨巳.) 용신(用神)이 귀인을 깔고 앉아서 재관쌍미를 얻었다.(用神坐貴,得財官雙美.) 고로 소년 급제하고 중년에 재상이 되었다.(故少年及第,中年拜相.)”(萬民英, 2003 : 附論墓運)

 

여기서는 申월에 정관 癸가 용신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월령과 무관한 재관을 용신으로 삼았으므로, 󰡔삼명통회󰡕에서도 용신이라는 용어가 월령 용사지신의 용신이 아닌, 유용지신의 용신을 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명리약언(命理約言)󰡕에서는 다음과 같이 용신을 정의하고 있다.

 

“명에서는 용신을 긴요하게 본다.(命以用神爲緊要.) 용신을 보는 법은 억부에 지나지 않는다.(看用神之法,不過抑扶而己.) 약한 것은 부축하는 것이 마땅한데 이를 부축하는 것이 곧 용신이다.(凡弱者宜扶,扶之者,卽用神也.) 강한 것은 억제하는 것이 마땅한데 이를 억제하는 것이 곧 용신이다.(凡强者宜抑,抑之者卽用神也.)”(陳素岩, 1977 : 1)

 

약한 것을 부축하고 강한 것을 억제하는 것이 용신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서도 월령과 상관없이 사주에서의 강약을 분별한 후에 용신을 정한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용신이라는 것은 사주에 필요한 글자, 유용한 글자의 뜻이고, 또한 그것은 명리학 고전에서의 일반적인 용신에 대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2.2 맹파(盲派) 명리학의 공신론(功神論)

 

전통 명리학의 용신론은 동일한 사주인데도 보는 사람에 따라 용신을 다르게 정한다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었는데,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등장한 대표적인 명리학의 유파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여씨 명리학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맹파 명리학이다. 여씨 명리학과 맹파 명리학은 전통 명리학이 지니고 있는 용신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출현한 이론이다.

여씨 명리학과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 최근 등장한 맹파 명리학은 일간의 왕쇠와 격국과 용신을 따지지 않고 길흉을 판단하는 이론체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여씨 명리학과 유사하다. 여씨 명리학과 맹파 명리학에는 용신론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러나 유용한 글자 또는 운을 좋게 만드는 글자라는 뜻의 용신 개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물론 맹파 명리학의 용신론과 여씨 명리학의 용신론은 차이가 있다. 전자는 용신 대신 공신(功神)을 도입하였고, 후자는 용신 대신 각각의 사안을 주관하는 십신을 도입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맹파 명리학에서 말하는 공신(功神)은 사주에서 좋은 역할을 하는 유용한 글자라는 점에서 일반 명리학의 용신과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맹파 명리학에서 공신을 찾아내는 방법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맹파 명리학의 창시자 단건업(段建業)은 그의 저서 󰡔맹파명리(盲派命理󰡕에서 공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체용(體用)과 빈주(賓主) 사이의 작용 관계를 주공(做功)이라고 한다. 팔자 중에서 주공에 참여하는 신을 공신(功神)이라 하고, 팔자 중에 주공에 참여하지 않는 신을 폐신(廢神)이라 한다. 나의 주위(主位)의 체(體)를 이용해서 남의 빈위(賓位)의 용(用)을 추구하는 그런 작용과정을 정방향의 주공(做功)이라고 한다. 또 다른 종류의 주공이 있는데, 주위의 용과 빈위의 체가 작용하는 것으로, 이것을 반대 방향의 주공이라고 한다. 체용과 빈주는 어떻게 작용할 때 공을 이루게 되는가? 일반적으로 말해서, 체용, 빈주의 글자 사이에 형충극해합묘(刑冲剋害合墓)의 작용이 진행되면, 이 모두 공을 이루는 방식이 된다."(段建業, 2006 : 65-66)

 

맹파 명리학에서의 공신은 전통 명리학의 용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필요한 좋은 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며, 공신 역시 유용지신(有用之神)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용신과 유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본고에서 논하고자 하는 여씨 명리학의 용신 개념 역시 유용지신의 의미에서의 용신과 유사한 것이다. 그러나 용신을 정하는 방법과 그 적용의 방법이 전통 명리학의 용신론이나 맹파의 공신론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출처 : 동양문화연구소
글쓴이 : 박영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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