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래정법八字來情法’의 원칙,
‘십성十星’과 ‘쇠왕衰旺’
대개 명리命理를 조금 학습한 인사라면 오행五行과 십성十星을 모를 리 없습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쓰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즉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는 얘기인데 실은 정확하고 분명하게 알지 못해서 자유자재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육신六神과 십성十星의 활용법은 전혀 다른 것인데, 명리命理를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비근한 예로 보통 팔자八字의 부억희용신扶抑喜用神을 구할 때는 인수印綬나 편인偏印으로 그것을 딱히 잘라 구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즉 신약명身弱命에 인성印星은 다 같이 기쁜 것이지, 구태여 십성十星의 길흉吉凶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같이 십성十星의 길흉을 구분하지 않고 쓰일 때는 육신법六神法이 되는 것이고, 다르게 십성十星의 길흉을 엄격하게 구분해서 적용하는 부분에서는 십성법十星法이 되는 것입니다.
혹자는 팔자술八字術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부억법扶抑法을 운용하는 대목에서도 십성十星의 길흉吉凶을 가려 취하기도 하고, 또는 부억법扶抑法이나 십성十星의 길흉 구분 자체를 부정하기도 하는 입장을 취하기도 합니다. 이상은 모두 팔자학八字學의 디시플린이 제대로 서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앞에서 육신법六神法과 십성법十星法의 의미와 또 적용하는 범위가 각기 다르다고 했는데, 이를 다 설명하기에는 복잡한 점이 있습니다. 우선 이 둘을 구분하여 적용하는 근거는 크게 이理와 기氣의 차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 명리命理를 좀 안다하는 위인들도 왕旺과 강强, 쇠衰와 약弱의 차이를 잘 모릅니다. 그저 강强이 두드러지면 왕旺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이렇게 되면 더 이상의 학문적 진전이나 결실을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를테면 甲寅 일주日主가 寅月生이면 甲木이 응당 왕旺한 것이므로 신왕身旺하다고 말합니다. 즉 왕旺을 논할 때는 일간日干이 계절의 기운을 얻었는가가 관건이 됩니다. 다른 예로 甲寅 일주日主가 未月生이라면 月과 日의 지지에 모두 뿌리를 내렸다할지라도 신왕身旺이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미 일간日干이 계절을 얻지 못한 이상 왕旺이라는 개념은 성립되지 않고 그저 신강身强할 뿐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이제부터 왕旺과 강强의 의미를 정확하게 구분해야 하며 강약强弱과 왕쇠旺衰의 개념 차이가 매우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행운行運에서 팔자八字의 성패成敗와 희기喜忌 대략을 구분할 때는 보통 부억扶抑이 주가 되는데 이때는 강약强弱에 주안을 두므로 육신법六神法은 곧 강약强弱과 통하는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십성十星의 길흉을 반드시 가려 취하는 십성법十星法에서는 강약强弱이 아닌 왕쇠旺衰와 직결되는 이론체계를 갖추고 있으므로 필시 이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팔자래정八字來情은 십성법十星法을 위주로 파악하므로 기氣의 계절적 요소와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먼저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스승께서 말씀하시길, 명리命理가 혼돈을 주는 첫 단계는 휴왕休旺과 쇠왕衰旺이 다르다는 점에서부터 비롯된다 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명리命理를 학습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과정에서 오행五行의 旺相休囚왕상휴수와 생왕사절生旺死絶을 학습하기 마련인데 이 둘의 차이를 정확히 짚고 나가지 않으면 사상누각砂上樓閣을 짓기 쉽다는 얘기입니다. 이를테면 甲木이 辰月生이라면 휴왕休旺을 살필 때 응당 봄철에 태어나 계절을 얻었으므로 왕旺이라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생왕사절生旺死絶로 살피면 辰月에 甲木은 衰하므로 왕旺과는 반대의 개념이 성립됩니다. 이 문제를 차분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辰月 甲木
1. 강약强弱으로 논하면 甲木은 강强합니다.
2. 휴왕休旺으로 논하면 甲木은 왕旺합니다.
3. 쇠왕衰旺으로 논하면 甲木은 쇠衰합니다.
보통 팔자八字의 강약强弱을 가려 부억용신扶抑用神을 취할 때는 앞의 ‘1’의 관점에 충실하면 됩니다. 이점을 잘 모르면 팔자八字의 신강약身强弱 판정부터 애매해지기 일쑤입니다. 이 계통에는 십 수 년 이상을 명리命理 공부에 진력하고도 신강약身强弱을 잘 정하지 못하는 부류들이 태반을 넘습니다. 이것이 바로 명리命理의 이법理法 체계인데 이理와 기氣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이선기후理先氣後의 주리론主理論적 입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근세의 명리命理 대가인 서락오徐樂吾가 굳힌 이론체계는 이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약强弱이 아닌 휴왕休旺의 관점에서 만물의 작용을 헤아리면 기氣가 발發하는 데 주목하게 되므로 이기불상리理氣不相離의 주기론主氣論에 근접한 관점을 띠게 됩니다. 이를테면 ‘난강망欄江網’과 같은 고서古書의 성격이 여타의 서책과 구분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점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팔자입문八字入門’ 6권의 ‘형충회합刑沖會合’ 편을 세심하게 살펴보면 형충刑沖의 현상이 야기하는 장간藏干의 개고開庫 현상에서 합화合化와 불화不化의 득실得失 현상을 휴왕休旺에 근거하여 설명하는 탁견卓見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팔자八字에 나타나지 않은 글자의 합화오행合化五行을 운용하는 기법에서 이승기발理乘氣發의 이기론理氣論을 명리命理에서 완성시킨 새로운 경지에 이른 것입니다.
원래 명리命理에서 이기理氣 상호적인 측면에서 가장 융합된 이론체계는 생왕묘절生旺墓絶에 담겨 있는데 결론적으로 이상의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담아 보정補正한 오행五行 쇠왕衰旺 관계를 ‘팔자입문八字入門’ 시리즈의 4권 ‘공망비약空亡秘鑰’과 5권 ‘육신물상六神物象’에서 지적하여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공망비약空亡秘鑰’의 내용 바탕을 이루는 이론체계가 바로 십성법十星法인데, 스승님이 ‘공망비약空亡秘鑰’을 발표하기 직전에 과거 팔자래정八字來情의 강의 내용을 제게 미리 챙겨 공개하라고 한 뜻을 이 책을 쓰기 직전에야 비로소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상의 내용이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꽤 어려운 설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승님은 쉽게 설명해주시는 내용을 저로서는 노력해도 결과적으로 매우 어렵게 풀어낸 셈이 되었습니다. 어쨌든 결론을 요약하자면 팔자래정八字來情의 전체를 관통하는 원칙은 ‘십성법十星法’과 새롭게 보정된 ‘오행五行의 쇠왕衰旺’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십성十星과 쇠왕衰旺의 원칙을 토대로 팔자래정법八字來情法을 기초적인 내용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빠짐없이 설명하겠습니다. 그 전에 준비 운동하는 기분으로 팔자래정八字來情의 기법 일면을 순서에 따라 한번 터치해보겠습니다.
※ 서기 ‘2008년 1월 31일 오전 7시’에 래정來情과 관련하여 운기運氣를 살펴보겠습니다.
1. 먼저 해당 시점의 일진日辰과 시진時辰을 세워 뜻의 대강을 살펴봅니다.
時 |
日 |
月 |
年 |
己 |
庚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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卯 |
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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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렇게 일시의 기둥을 세우면, 일간을 기준으로 시 간의 십성을 먼저 살펴 길흉을 구분합니다.
3. 己土는 인수印綬로 문서나 권리, 명예와 관련된 문제에서 좋은 결과나 가치, 만족감이 있는 상태로 형편이 전개될 것을 암시합니다.
4. 시지는 시간 십성이 동기(因)로 작용하여 나타날 결과(果)로 보통 추리하게 되는데, 卯木은 偏財로 적지 않은 소득을 얻게 됨을 예고합니다. 이때 일시지日時支의 午卯破는 물상物象으로 볼 때 다투고, 흠집을 내는 양상을 의미하므로 순탄한 국면을 나타내진 않습니다.
5. 이와 같이 선인후재先印後財의 긍정적인 양상이 한시적인 상황일지, 아니면 몹시 유력하고 두터운 환경의 구축을 예고하는지는 필시 월지, 계절의 쇠왕衰旺을 살펴 파악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해당 시점의 팔자八字 전체를 세워야 종합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時 |
日 |
月 |
年 |
己 |
庚 |
癸 |
丁 |
卯 |
午 |
丑 |
亥 |
6. 丑月에 己土는 왕기旺氣를 띠므로 문서상의 권리나 이익은 매우 확고하게 취하는 것입니다. 다만 卯木 財는 월령月令을 얻지 못했으므로 일시적인 수입으로 그칠 뿐 두드러진 규모의 재화財貨로 보긴 어렵습니다.
대략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래정來情을 담게 되는데, 최초에 日時의 기둥을 먼저 세우는 이유는 ‘상대가 품은 뜻’을 순간적으로 파악하고 지적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인수印綬가 동動한 시점이기 때문에 위신이나 명예, 문서 등의 일로 이 사람은 내방來訪한 것임을 바로 일러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일을 알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사항입니다.
다음으로 팔자八字 전체를 세우게 되는데 이때는 ‘상대가 품은 뜻의 성취 여부’를 알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이 대목에서 일부 독자들은 굳이 팔자八字 전체를 세울 필요가 없이 해당시점의 절기節氣로 월지만 염두에 두면 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품었을 것입니다. 그점도 좋은 요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팔자八字를 정확히 세우는 이유는 연지年支가 향후사의 성패길흉에 작용하는 요인이 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회합會合이 성립되는 경우 시주時主의 간지干支 십성十星은 그 의미가 반전될 때가 있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요소가 공망空亡입니다. 공망법空亡法과 관련해서는 본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